기후변화와 대지의 권리에 대한 세계민중회의 둘째 날 티퀴파야 레기나 호텔에서 기후부채에 대한 패널 토론이 열렸다.
저명한 반자본주의 저술가인 나오미 클라인 등이 발표에 나선 이 토론에는 수백 명이 참가해 높은 관심을 보여 줬다.
첫 발표를 한 매튜 스틸웰은 기후부채 개념을 소개하고 ‘이는 이미 유엔에서도 어느 정도 정식화 된 의제’라고 밝혔다.
“기후부채의 채무자는 선진국, 엘리트들, 대기업들입니다. 채권자는 당연히 원주민들, 농민들, 산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의 미래 세대들입니다.
“그런데 코펜하겐 합의는 거꾸로 선진국과 대기업들에 혜택을 주는 불공평한 합의였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바꾸기를 원하지 않았고 이를 다른 나라들에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볼리비아 같은 나라들이 반대했고 지금 여기에 우리가 있습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나오미 클라인은 “정치적 측면에서 기후부채가 왜 중요한지 말하겠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기후부채 문제가 현실화되면 여기 모인 우리가 각자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 돌아가 선전을 해야 할 것입니다.
“당연히 저항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주류 환경운동의 저항이 클 것입니다. 얼마 전 미국의 환경단체에서 항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기후부채 문제를 제기하면 북반구와 미국의 평범한 사람들을 소외시킬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모두 함께 손잡고 기후변화를 해결해야 하고 그러려면 기후부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맞는 얘기입니다. 기후변화의 책임을 북반구의 모든 사람들에게 지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기후정의, 평등의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펜하겐에서 제가 본 것은 기후협약에서 어느 정도 혜택을 받아야 하는 나라들이 합의에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합의에 참여해야 함에도 그럴 수 없었습니다.
“코펜하겐은 거의 자살 합의입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10억 달러 원조를 받기 위해 합의에 서명했습니다. 이는 얼마 안 되는 돈을 위해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미래를 팔아넘기는 짓입니다.
“우리는 위기에 빠진 나라들의 생존을 지원하고 그것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을 지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여기에 모인 사람들이 비폭력적인 군대가 돼 기후정의를 위한 동원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원
아르헨티나 주빌리사우스에서 온 베벌리 킨(Beverly Keene)은 명료하고 힘찬 연설로 연사들 중 가장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여기 모인 여러분들이 모두 채권자 입장에서 참가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기후부채는 부정하고 불평등한 부채입니다. 우리는 이 부채를 갚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채권자 입장에서 싸워야 합니다. 이를 정부에 요구하며 싸워야 합니다.”(환호와 박수)
그녀는 기후부채 문제를 아주 명료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채 문제의 첫째 과제는 채권자와 채무자를 규명하는 것입니다. 1603년 이래 아메리카 대륙에서 수백만 톤의 금과 은이 유럽으로 흘러 들었습니다. 이는 엄청난 약탈이었습니다. 전쟁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5백 년 동안 벌인 강도짓 때문에 남반구는 저개발 상태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이런 역사적 약탈 때문에 남반구에서 사회기반시설이 발달할 수 없었고 지금 남반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후부채 상환은 일차적으로 금융적 보상이 돼야 합니다. 이들이 저개발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재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부채 상환은 선진국들이 당장 환경 파괴를 중단하는 것입니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입니다. 부채가 계속 늘어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당장 배출량 감축에 합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시장 논리 속에서는 이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거래를 하자고 하면 북반구 선진국들은 결코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을 것입니다.
“요컨대 북반구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남반구를 지원하는 것이 기후부채의 결론입니다. 세계은행이나 IMF는 기후변화를 해결하기는커녕 악순환을 만들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각자 자국 정부에 부채 상환을 요구해야 합니다.”
사회자는 올해 말 멕시코에서 열릴 유엔기후회의에서 이 문제가 더 제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멕시코 정부는 미국과 합의하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멕시코 정부와 평범한 멕시코인들을 구분해야 합니다. 이 둘은 완전히 다릅니다. 멕시코 정부는 유엔 회의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참여를 원천 봉쇄하겠다고 합니다. 우리는 멕시코 민중과 함께 편안한 회의장이 아니라 거리에서 진정한 해결 방안을 논의해야 합니다.”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행동이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레프트21〉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코차밤바 기후변화 세계민중회의에 기자를 파견했다. 장호종 기자는 공식 일정이 끝날 때까지 현지 포럼과 활동가 인터뷰 등의 취재기를 계속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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